트럼프의 '1호 친구'로 불리던 일론 머스크가 미국과 유럽 간 무관세를 지지하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관세 발표 후 급락했고, 머스크는 관세 정책의 핵심 인물인 피터 나바로를 공개 비난했습니다. 한편 미 전역에서는 60만 명 이상이 참여한 "Hands Off!" 시위가 열려 트럼프와 머스크의 정책을 규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며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온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그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연방 공무원 감축에 앞장서 온 머스크가 보인 첫 번째 공개적인 이견으로, 정치적 입지와 사업적 이익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Hands Off!(손 떼라!)" 시위가 확산되며, 트럼프뿐만 아니라 머스크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이것이 미국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1. 머스크의 '유럽 무관세' 지지 발언과 그 배경
일론 머스크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리가(La Liga)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사실상의 자유무역지대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지난 2일 발표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추가 관세 정책, 특히 9일부터 유럽연합에 일괄적으로 20%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불과 사흘 만에 나온 이 발언은 두 사람 사이에 정책적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머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트럼프의 관세 책사로 불리며 관세 전쟁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서 나바로를 언급하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크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으며, 다른 댓글에서는 "그는 뭐 하나 이룬 게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상황을 "트럼프의 심복이 된 테크 억만장자가 대통령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결별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 관세 정책이 테슬라에 미치는 타격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의 핵심 사업인 테슬라가 받는 막대한 타격 때문으로 보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상호 관세 발표 이후인 지난 3일 5.5%, 4일에는 추가로 10.4% 폭락했습니다. 이틀 사이에만 시가총액이 1394억 달러(약 203조7000억원)가 증발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하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하락했으며,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이후 오히려 회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테슬라가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받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전기차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만 부품 중 상당수는 중국 등 외국산 수입품입니다. 따라서 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비용 증가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트럼프가 상호 관세와 별도로 부과하기 시작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품목 관세는 테슬라의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그동안 중국 정부와 밀착해 온 사업 전략 역시 '미·중 관세 전쟁' 속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3.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Hands Off!" 시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발은 머스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5일 미국 전역에서는 인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등 150여 민간 단체가 주도한 1400건 이상의 시위와 행진이 열렸습니다.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 주변과 뉴욕 맨해튼 중심가인 매디슨애비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 언론들은 이날 시위에 전국적으로 6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시위의 공통된 구호는 '손을 떼라(핸즈오프·Hands Off)'였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민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개입을 멈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머스크가 주도한 공무원 해고 및 연방 조직 대규모 축소, 관세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조짐, 이민자 추방 및 성소수자 권리 축소 등 트럼프가 취임 후 강행해온 주요 정책들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시위에서 트럼프뿐만 아니라 머스크도 공동 비판 대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참가자들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사진을 함께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이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조언자로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
트럼프의 급진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는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로 분류되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크루즈 의원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2026년 중간선거는 대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공화당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미국은 2년마다 하원 435명 전체와 상원 100명 중 3분의 1을 뽑는 중간선거를 실시하는데,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들이 2026년 선거에서 표심(票心) 이탈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뉴욕주 교육청이 "트럼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 정책에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등 진보 성향 주와 도시들의 반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5. 관세 전쟁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 정책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관세 전쟁이 오히려 중국의 아시아 내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최근 상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토론에서 "이번 주 초 처음으로 중국·일본·한국이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사진을 보았다.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고 발언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사진이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의도치 않게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 일본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합니다.
특히 한국,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의 외교 안보 이익과 충돌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충돌: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사이에 드러난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불화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정치적 지지 기반을 만족시키기 위한 과격한 정책들이 실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나는 모순입니다.
머스크의 사례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업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결국 경제적 실리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지지자로 자처했던 머스크조차 자신의 사업이 위협받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한편,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Hands Off!"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반발을 보여줍니다. 6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을 것임을 예고합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이념과 실제 경제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트럼프 행정부는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미국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국제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생생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봄, 꽃잎 춤추는 그 순간 (2) | 2025.04.13 |
---|---|
중국, 7종 희토류 美 수출 통제로 기술 패권 전략 가동 (2) | 2025.04.12 |
의료와 AI의 만남, 난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3) | 2025.04.10 |
주말 운동만으로도 사망 위험 감소 (0) | 2025.04.09 |
정치권, 개헌 제안에 온도차... 개혁의 시기냐 내란 종식이 먼저냐 (2) | 2025.04.08 |